"유럽보다 훨씬 빠르다. 전례없는(Unheard of) 속도다."
미국 인공지능(AI) 방산기업 안두릴인더스트리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쉼프는 7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 미팅부터 1년 안에 시제품을 만드는 것은 방산업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쉼프 CEO는 K방산의 새로운 경쟁력이 '가격'과 '납기'를 넘어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초기 멤버로 세계적인 데이터 플랫품 '파운드리'를 구축했다.
그는 "전 세계 방산업계를 경험했지만 한국 산업계는 가장 빠르고 미래지향적인 곳 중 하나"라며 "기술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저희 속도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두릴은 2017년 설립된 미국 방산 스타트업이다. AI 기반 무인체계와 지휘통제(C2)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급성장하며 현재 기업가치는 140억달러(약 19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국방부와 미군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자율형 드론, 무인수상함(USV), 대드론 체계, AI 전장 플랫폼 등을 개발 중이다.
기존 미국 방산업체와 달리 '실리콘밸리식 개발 속도'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체 자금을 투입해 제품을 먼저 개발한 뒤 실제 군 운용 환경에 빠르게 적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같은 안두릴이 한국 시장에 빠르게 파고든 배경 역시 한국 기업들의 실행력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쉼프 CEO는 "사실 한국 진출의 계기는 존 킴 대표 때문이었다"며 "처음 만났을 때 6주 안에 여러 파일럿 프로젝트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실제로 해냈다"며 웃었다.
안두릴은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HD현대, 대한항공,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현대로템 등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와는 AI 기반 무인수상함 사업을 추진 중이며 대한항공과는 AI 자율비행 무인기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미래전 무기 체계 개발은 LIG D&A와 함께 하고 있다. 현대로템과는 이날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복합(MUM-T) 지휘통제체계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안두릴 측은 현재 HD현대와 추진 중인 무인수상함 프로젝트의 경우 1년 안에 시제품 수준의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해군이 추진하는 차세대 무인함정 사업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쉼프 CEO는 "한국 조선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과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안두릴의 자율운항 소프트웨어와 한국 조선 기술이 결합하면 미국 시장에서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최근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한미 조선 협력론'과도 맞물린다. 미국은 해군 함정 건조 능력 약화와 중국의 조선 패권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안두릴은 한국 제조업 전반의 공급망 경쟁력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회사는 최근 한국에 공급망 전담 인력까지 배치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한국을 안두릴의 핵심 생산 파트너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쉼프 CEO는 "안두릴은 미국과 해외에서 다양한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대량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 측면에서 매우 뛰어나다"며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두릴이 주목하는 부분은 단순 제조 경쟁력만이 아니다. AI 기반 미래 전장 체계에 필요한 '속도전'을 한국 기업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쉼프 CEO는 "현대 전장은 시스템 숫자와 물량 자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은 무기와 탄약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해야 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변화는 향후 5~10년 동안 글로벌 방산 산업 전체를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